1. 천지창조
불타는 얼음, 살을 에이는 듯한 불꽃. 이렇게 하여 생명이 시작됐다.
태초에 남쪽에는 무스펠이라는 지역이 있었다. 그 곳은 끊임없이 날름거리는 불꽃으로 깜박거렸다. 불꽃은 타오르며 밝게 빛났다. 그 안에서 태어난 존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불꽃을 견딜 수 없었으니 수르트(Surt, Black)만이 있었다. 멀리까지 뻗어있는 무스펠의 온 지역위에 군림한 수르트는 이글거리는 불칼을 휘두르며 언젠가 자신이 드높이 솟아올라 신들을 유린하고 온 세상을 불로 집어삼킬 종말을 이미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북쪽에는 니플헤임이라는 지역이 있었다. 그 곳은 얼음으로 가득 찼고 광활한 눈더미로 덮여있었다. 니플헤임의 한 가운데에는 흐베르젤미르라는 샘이 있었는데, 그 샘은 열한 개의 지류로 흐르는 엘리바가르(Elivagar) 강의 원천이었다. 열한 개 지류는, 서늘한 스볼(Svol), 반항적인 군트라(Gunnthra), 표름(Fjorm),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핌불툴(Fimbulthul), 무시무시한 슬리드(Slid), 활기차게 흐르는 흐리드(Hrid), 슬리그(Slyg), 일그(Ylg), 드넓은 비드(Vid), 번개처럼 빠르게질주하는 레입트(Leipt), 얼어붙는 골(Gjoll)이었다.
불타는 무스펠과 얼음으로 가득찬 니플헤임, 이 두 지역 사이에는 거대한 틈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바로 긴눙가가프였다. 흐베르젤미르에서
60 북유럽 신화
솟아오른 열한 개의 강은 이 틈새로 흘러 들어갔다. 강물 속에 있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독액(液)이 점차 농밀해지더니 화산재처럼 얼어붙자 강물은 얼음으로 변했다. 독액은 또한 이슬도 내뿜었다. 이슬은끝없이 음산한 늪지인 긴눙가가프로 떨어져 내리자 서리로 변했다. 그래서 긴눙가가프의 북쪽 지역은 두터운 얼음 층과 하얀 서리에 둘러싸여 사나운 바람만이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이 되었다.
북쪽은 모든 것이 얼어붙었고, 남쪽은 모든 것을 녹이며 타올랐지만긴눙가가프의 한가운데는 여름날 아침의 싱그러운 대기처럼 온화했다.바로 그 곳에서 무스펠에서 떠내려온 따뜻한 숨결이 니플헤임에서 내려온 서리를 만났다. 따뜻한 숨결이 서리를 어루만지며 솔솔 불어오자얼음이 녹아 물방울이 똑똑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흘러내린 물방울에서 생명체가 생겨나 거인의 형체를 이루었으니 그 거인이 바로 이미르였다.
이미르는 서리가 녹아 내린 물방울에서 생겨났으므로 서리 거인이었으며 천성적으로 사악했다. 이미르는 잠자는 동안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미르의 왼쪽 겨드랑이에서 흘러나온 땀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자랐고 이미르의 한쪽 다리에서 다른 다리의 자식이 태어났다. 이미르는 모든 서리 거인의 조상이었으므로 사람들은 이미르를 아우르젤미르(Aurgelmir)라고도 불렀다.
긴눙가가프에 있던 얼음이 좀더 녹아 흘러내린 물은 아우둠라라는암소의 형태로 변했다. 서리 거인 이미르는 아우둠라의 네 갈래 젖꼭지에서 흘러내린 젖을 먹었고, 아우둠라는 얼음을 먹었다. 아우둠라가 찝질한 얼음 덩어리를 핥자 첫날 저녁에는 얼음에서 한 남자의 머리카락이 돋아 나왔다. 아우둠라가 조금 더 핥자 둘째 날 저녁에는 남자의 머리가 온전히 생겨났고 셋째 날 저녁에는 완전한 형태를 갖춘 인간이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부리 (Buri)였다.
천지창조 1-1
반응형
728x170
반응형
그리드형